with. 바울
바다에서 나고 자라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 건 어떤 기분일까? 돌로레스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사람이 자신이 태어났을 때의 기분을 묘사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돌로레스는 대신 바다를 사랑하는 방법에 관해 읊었다. 당신은 배를 흔드는 파도를 느끼고 가끔 튀기는 물방울에 젖어볼 수 있다. 해안가에서 물장구를 칠 수도 있고, 모래를 밟으며 산책을 할 수도 있다. 그 모든 것이 달갑지 않다면 그냥 파도 소리를 들어봐도 된다. “발장구나 치는 정도로 바다를 알 수는 없을 텐데.” 바울은 그렇게 말했지만 돌로레스는 생각이 달랐다.
“그리고 아까 말하고 싶었는데. 수영장에서 헤엄치는 거랑 바다에서 헤엄치는 건 다릅니다. 수영장 물은 안 짜거든요.”
그렇게 말하자 바울은 커다란 웃음을 터뜨렸다. 조금 전까지는 아파 보였던 사람이 마냥 유쾌하게 웃는 걸 보니 돌로레스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뭡니까. 같이 웃죠.” 하늘을 수놓는 번개쯤은 잠시 잊을 수도 있을 것처럼.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바람에 휩쓸려 허공으로 날아갔다.
“있잖아요, 돌로레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쉬운 법이라고 누가 그러던데. 기왕 도와주시는 거 이번 두 번만 도와주실래요? 좋은 꿈을 꾸기를 대신 빌어드릴 테니까.”
“… 보기와 다르게 뻔뻔하신 분이셨네요. 뭔지 들어나 보겠습니다.”
“다음에, 제가 두 발로 멀쩡하고 부끄러움 없이 델가에 갈 수 있는 날이 오면. 바다를 건너는 법 좀 알려 주실래요?”
“….”
“바다 위를 걷고 싶어져서요.”
바다를 등진 채로 바울이 환하게 웃었다.
그들은 걸어서 바다를 건너왔다.
군인들은 델가로 후퇴했다. 알다하가 만든 거대한 물의 장벽은 시간을 벌어주었지만, 4일이 지나자 파도를 뚫고 바다 위에 다리가 놓였다. 기사단은 검은 제복을 입고 다리를 밟았다. 델가의 땅 위에 내리치는 벼락은 선전포고처럼 느껴졌고, 돌로레스는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며 막연한 불안감을 느꼈다. 전쟁은 계속된다.
멀리 고향의 섬이 보였다. 몇 년 만에 보는 것인지 그리움이 흘러넘쳐 당장에라도 바다를 건너고 싶다. 하지만 동시에 두렵다. 누군가 했던 말처럼 저곳은 지금 우리가 밟아서는 안 되는 땅이다. 차라리 이곳에서는 보이지도 않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돌로레스는 군화에 달라붙은 모래를 털고 등을 돌렸다. 멀리 기사단을 막기 위해 알다하가 일으켜 세운 물의 장벽이 보였고, 멀지 않은 곳에 기사가 한 사람 보였다. 바울이었다.
바울은 걸어서 바다를 건너왔다. 돌로레스의 등 뒤에는 델가의 바다가 있다. 그러나 그들은 나란히 바다를 걸을 수 없었다. 아직은, 아직은…. 습한 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쓸고 지나갔다. 돌로레스는 총을 어깨에 매고 바울을 지나친다.
“바다 위를 걷고 싶어져서요.”
바다를 등진 바울이 말한다. 여전히 팔에서는 피가 묻어나오고 있다. 돌로레스에게 팔을 맡길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못 본 척하면 나쁜 꿈을 꿀 것 같다는 사람에게 좋은 꿈을 꾸길 빌어준다 했으니 말 다 했지. 돌로레스는 바울의 환한 웃음을 바라보다가 이내 손을 거뒀다. 그렇다면 차라리 바울의 부상이 며칠쯤은 그를 의무실에 붙잡아둔다면 좋겠다는 못된 생각을 잠깐 해본다.
“그럽시다.”
그렇게 된다면 이 사람에게 바다를 알려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테니까.
“정말요?”
“정말. 여벌 옷은 꼭 준비하시고요.”
돌로레스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으며 장난처럼 답했다. 두 사람은 소풍 약속을 잡은 아이들처럼 쓸데없지만 중요한 준비물에 관해 한참 토론했다. 토론을 멈춘 건 돌로레스의 무전기였다. “잠시만요.” 돌로레스는 바울에게서 멀어져 통신을 나눴고, 바울은 그런 돌로레스를 지켜보았다. 잠시 후 돌로레스가 돌아왔다. 헤어질 시간이다. 바울이 인사를 하려던 찰나 돌로레스가 뜬금없이 말했다.
“바다 위를 걷는 건 저도 안 해봤는데 그거 같이는 못 해요?”
“아하하. 저도 자신은 없는데 노력해볼게요.”
“좋습니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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