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을 기억한다. 조용한 침상, 팔꿈치 밑을 스치는 구겨진 천자락, 파도 앞 등불처럼 흔들리는 작은 목소리, 바닥을 바쁘게 밟는 구두 굽. 모든 것에 동떨어진 채로 제가 붙들고 있던 차갑디차가운 손의 감촉. 아가씨. 이쪽으로 오세요. 그날, 따뜻한 손이 그를 침상에서 떼어놓고 방 밖으로 데려갈 때까지 메리 벨라우드는 어두운 침상 위에 내리쬐는 붉은 빛을 바라보았다. 그 석양을 기억한다. 해가 지는 것만 알고 사람이 어떻게 죽는지는 모르던 어린 날. ¹ …떨어지겠어. 의식을 깨우는 목소리에 메리는 눈을 떴다. 붉은빛 대신 노르스름한 조명이 실내를 채우고 있다. 벽지와 화병, 빛을 내는 등에 매달린 크리스털 하나까지 제 것으로 채운 응접실. 메리는 제 턱에 닿아 있는 온기를 서서히 느낀다. 눈앞에 익숙한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