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ng People
S#1 도로시의 집 (NIGHT)
문 열리는 소리. 다니엘과 베벌리가 묵직한 짐을 끌고 안으로 들어온다.
다니엘: 우리 왔어.
베벌리: 도로시! 어디 나갔나?
다니엘: 이 시간에? 전화도 안 받았잖아.
두 사람이 집을 둘러본다. 도로시의 방문을 열어본다. 아무도 없다.
S#2 쌔러데이 나잇 (DAY)
한낮의 비디오 대여점, 아난케가 가게 안으로 들어선다. 카운터의 루미가 그에게 아는 척을 한다.
루미: 도로시는 없어요. 걔 어디 갔는지 알아요? 집에도 안 들어온다던데. 사장은 뭔가 아는 것 같은데 말을 안 해줘서… 걔랑 연락 돼요?
S#3 카를로스의 집 (NIGHT)
경찰들이 카를로스의 집으로 들어온다. 좁은 방에 들어간 경찰이 카를로스의 시신을 수습한다. 누워 있는 카를로스의 발이 시신 수송 가방으로 들어간다. 경찰이 고개를 든다. 암실을 둘러보는 시선. 카메라가 사진들을 쫓아간다. 거기에는 젬마의 사진도 있다. 도로시의 사진이 있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다.
S#4 고메즈 패밀리의 아지트 (DAY)
문고리에 작은 봉투가 걸려 있다. 누군가 봉투를 열어본다. 봉투 안에는 한 쌍의 루비 귀걸이와 메모지가 있다. 반듯하게 접은 메모지를 펼치면 간결한 글씨로 짧은 문장.
‘미안해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홀로 침대에 누워 있다 보면 시간 감각이 흐려졌다. 도로시는 매일 같이 있었던 일들을 되새김질했다. 무섭고 화가 나는 일, 다정하고 유쾌한 일… 어느 쪽이든 우울해지긴 마찬가지라서 자꾸만 눈물이 났다. 잠깐 눈을 감으면 때로는 경찰이, 때로는 카를로스가, 때로는 다니엘과 베벌리가 쫓아오는 꿈을 꿨다. 무섭고 외로웠다. 누구도 보고 싶지 않아서 도망친 거였는데. 사람들에게 제가 얼마나 엉망인지 들키기 싫었는데. 동시에 혼자인 게 끔찍하게 싫었다. 누군가가 저를 알아보고 걱정해주고 제 말에 귀를 기울여줬으면 했다.
그제야 도로시는 미셸과의 약속을 기억 속에서 건져냈다. 도리스를 본 사람을 안다고, 소식을 전해주겠다고 거짓말을 했던 날을 말이다. 그날 미셸은 불확실한 소식에 기대야 할 만큼 간절했다. 그때의 서글픈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미셸의 실망한 얼굴을 보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영원히 보지 않을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이 필요했다. 다행히 도로시에게는 미셸을 찾아가야 할 명분이 있었다. 그래, 난 미셸한테 할 말이 있잖아. 약속했잖아. 이 말을 전해야 해. 옳은 일을 하는 거야….
“도로시? 무슨 일이에요. 괜찮아요?”
미셸의 사무실로 안내될 때까지 입술을 연신 물어뜯던 도로시가 고개를 들었다. 미셸은 도로시를 보자마자 한달음에 달려왔다. 분명 거울을 보고 나왔는데 내 얼굴이 그렇게 엉망인가? 와중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그보다는 미셸의 걱정이, 등에 닿는 온기가 눈물나게 달가웠다. 머릿속 각본은 순식간에 휴지 조각이 되어버렸다.
“미셸… 미셸 제가… 미안해요… 제가….”
“오, 이런 무슨 일이에요.”
당황한 미셸이 도로시의 등을 토닥였다. 감정이 북받친 도로시는 흐느끼며 말했다.
“제가… 제가 그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운이 나빴어요. 미안해요.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전부 망쳤어요….”
“도로시. 괜찮아요. 앉아서 천천히 말해봐요.”
“사람이 죽었어요… 제가…”
그 말을 꺼내자마자 미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도로시는 입술을 오므렸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고 손끝이 차가워졌다. 내가 뭘 얘기하려고 한 거지? 난…. 바닥에 누워 있는 카를로스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도로시는 황급히 그 위에 다른 장면을 덧칠했다. 넘어지는 도리스. 뒤를 돌아보는 아난케. 지워지지 않는 피….
입을 열자 제 것이 아닌 것 같은 목소리가 딱딱하게 각본을 읊었다.
“도리스가 죽었어요, 미셸. 제가 봤어요… 아난케가 그 사람을 죽였어요. 무서워서 말할 수 없었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정말 미안해요….”
두 사람의 머리 위로 그늘이 진다. 해가 기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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