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가 옷장을 연다. 판에 박힌 평범한 옷들의 향연. 그저 그런 옷들을 훑던 도로시의 눈이 한곳에서 멈춘다. 제 것이 아닌 양 이질적인 감촉으로 존재감을 뽐내는 블랙 드레스와 가죽 재킷. 이건 다니엘의 것도, 베벌리의 것도, 도로시의 것도 아닌 옷이다. 도로시가 재킷을 매만지고 있다 보면 배경이 바뀐다. 평생 입을 일 없을 것 같은 탱크탑에 미니스커트, 남사스러운 옷들이 정신없게 들어찬 옷장. 그 옷장에서 옷을 뒤지고 있던 사람이 하나씩 옷을 찾아 도로시의 품에 안긴다. 망사 스타킹, 롱부츠, 그리고 도로시의 옷장에서 요란하게 숨을 쉬고 있는 블랙 드레스와 가죽 재킷까지. 그 사람이 말한다. “이렇게 입어주면 완벽하겠네!” 도로시가 눈을 들면 높은 곳에서 절 내려다보는 푸른 동공이 보인다. 그 사람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