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미티드 에디션

 

 

Limited Edition

 

CAST

Dorothy, Rumi

 

 

 

 

지난 이야기: 모든 것이 순조롭게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

 

 

 

 

다샤: 참. 사실 나도 로맨스는 별로야. 장르는 바꿔볼까?

다샤: 기대된다.

 

도로시의 머릿속에는 그 대사가 여전히 불길하게 맴돌고 있다. 그러나 그 다음 주도, 그 다음 주에도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이하리만치 평화로운 토요일이 몇 번 반복되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토요일 밤이 지난 일요일. 머피가 보이지 않았다. 늦게 출근할 생각인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도로시는 오후에 퇴근했다.

그러나 다음날. “사장 어제 끝까지 안 왔어. 나 혼자 마감했잖아.” 루미가 투덜거렸다. 오늘도 머피는 오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는다.

 

“혹시 모르니까 너 내일도 나오면….”

“내가 왜! 휴일인데!”

“연락 안 받는 거 보면 무슨 일 생긴 것 같은데….”

“호들갑 떨지 마, 대쉬.”

“… 내일 아무도 안 나올 것 같으면 나도 문 닫을 거야.”

“그러든가. 어차피 이거 사장 책임 아냐? 이렇게 된 거 내일 같이 쉬자.”

 

루미는 머피가 책임감 없고 게을러터진 인간이라고 욕하면서 별일 아닐 거라고 도로시를 위로했다. 머피에 대한 평가에는 동감하지만 정말로 별일이 아닐까? 만약 이번 주 토요일까지 안 오면 어떻게 하지? 난 그날도 나와야 하나? 토요일의 쌔러데이 나잇에 머피가 없다고 생각하면 덜컥 겁이 났다. 못 믿을 인간이긴 해도 토요일에는 머피의 존재가 아주 눈곱만큼은 의지가 되었는데. 도로시는 속이 갑갑했다.

 

“야. 괜찮아?”

 

루미가 이상한 표정으로 도로시를 바라봤다.

 

“뭐가?”

“너 요즘 이상한 거 알지?”

“내가 뭐가?!”

 

도로시는 날카롭게 대꾸했다. “사장 안 나오는 게 그렇게 놀랄 일이냐고. 하여튼 이상해서…” ‘도라, 너 요새 무슨 일 있지?’ 베벌리의 목소리가 루미의 목소리에 겹친다. 도로시의 심장은 루미의 별거 아닌 말에도 쿵쿵 속력을 높여 뛰기 시작했다. 그래. 이러면 꼭 찔린 사람 같잖아. 과민반응 하지 마, 도로시. “그냥….”

두 사람의 대화는 불청객에 의해 끊겼다.

 

“택배 왔는데 확인 좀 해주세요.”

 

쌔러데이 나잇의 문을 활짝 열고 문가에서 택배원이 소리쳤다. 도로시는 ‘수령인’에 제 이름을 적고 택배를 안으로 들였다. “이건 언제 주문했대. 이번 달 거 다 들어온 거 아니었어?” 루미가 어느새 옆으로 왔다. “내가 봤을 땐 100% 포르노야.” 두 사람은 상자 안에 든 비디오를 하나하나 꺼냈다. 안에 든 비디오는 몇 개 없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90% 포르노였다. 그리고 나머지 10%는….

 

“대쉬. 여기 웃긴 거 있다.”

 

도로시는 루미가 건넨 비디오를 받았다. 엉뚱하게도 제목도 표지도 없는 비디오에는 며칠 전 날짜와 함께 ‘놓치지 마세요.’ ‘녹화본’ ‘특별한 뉴스’ ‘릭 마이어를 아십니까?’ ‘몇 초 잘렸음’ 같은 글씨가 조잡하게 적혀 있었다. 불길함이 엄습했다.

정확히 비디오에 적힌 날짜에 티비에서 송출된 이상한 영상. 릭 마이어의 정책에 대한 여론조사라는 이름으로 도로시도 참여했던 인터뷰가 조악하게 짜깁기 된, 테러 단체의 소행이라고 의심되던 그 영상을 도로시는 기억했다. 잊을 수가 없지. 거기에는 도로시 데커 제닝스의 얼굴도 나온다!!! 고장 난 기계처럼 릭 마이어를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뱉던 제 얼굴을 도로시는 기억했다…. 동시에 얼마 전 머피와 나눴던 대화가 뇌리에 스쳤다.

내가 아는 놈이 있는데. 외계인 신종하는 또라이 새끼거든. 그 새끼가 TV에 언제 외계인이 나올지 모른다고 종일 녹화를 돌린다는 거야. 걘 맨날 TV만 봐. ‘그래서요?’ 근데 그 또라이 신념이 돈이 된다. 이번에 그걸 느꼈어.

 

“야. 이거 설마….”

 

루미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도로시는 비디오를 상자에 집어 던졌다.

 

“대쉬, 이거 더 있어.”

“왜???? 머피 돌아오면 돈 더 뜯어낼 거야.”

“기분 상해죄로?”

“… 초과 근무로.”

 

루미는 어느새 상자에 든 비디오를 다시 꺼내 들고 있었다. 도로시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루미가 그 비디오를 진열대에 놓는 걸 가만히 지켜봤다. ‘한정판(Limited Edition)’이라고 적힌 진열대 위 글씨를 뜯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티비 잡음*

 


 

 

Creedence Clearwater Revival - Bootl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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