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린 자는 식당으로
2021. 11. 25.

 

Heritage Library (후가공)

 

 

첫째로 사람을 만날 수 있겠고, 둘째로 산책이 아닌 모험을 떠날 수 있겠습니다.

사람이 많을수록 재밌겠지만 둘만 있어도 많은 걸 할 수 있죠.

물고기는 잡아봤습니까?

-F

 

 

 

  프랭키는 'L.L'에게 보낼 서신을 세 번 접어 봉했다. 'L.L'과는 이틀째 서신을 주고받는 중이었다.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은 종종 서로 서신을 주고받았고, 그중 'L.L'은 매일 불면을 한다는 자다. 그래서 무엇을 하냐 물었더니 'L.L'은 제법 행동반경이 좁은 편인 것 같았다. 프랭키는 그에게 무료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적었다.

  "물고기라……." 그러나 푹신한 벨벳 의자에 등을 기댄 프랭키의 얼굴엔 세상의 즐거움이라곤 하나도 모를 것 같은 표정이 드리운다. 'L.L'처럼 'F'도 무료함을 피할 수 없었던 탓이다.

  인어의 섬. 환상 같은 소문이 무인도를 맴도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모든 것은 일상에 균열을 내고 싶은 사람들의 열기와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프랭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고립된 유람선 안에서는 소문이 빨리 돌았다. 아직 인어의 목격담이 돌기 전, 프랭키는 선박 내부를 뜬눈으로 살펴보는 조난자들의 대열에 합류했다. 지금 돌고 있는 소문은 '선원 중 밀항을 주도한 자'를 찾자는 내용이다. 밀항을 직접 시도한 자로서 밀항 주도자의 진위야 확인할 것이 없지만, 다른 사람들 역시 소문의 내용에 혈안이 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범인의 단서를 찾아 돌아다니는 데서 유흥을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배에 올라탄 사람들은 대외적으로 인어를 보기 위해 온 자들이었다. 모든 것은 일상에 균열을 내고 싶은 사람들의 열기와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물론 밀항자는 유흥보다는 다른 것을 염두에 두었으나, 동행에게 그것까지 말하진 않았다.

  "카를라~ 내 생각에 거긴 허탕이야. 이제 이쪽으로 가자고."

  프랭키는 카를라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 펍의 문가를 턱짓으로 가리킨다. 카를라는 지팡이로 바닥을 쳤다. 쿵. 연극적으로 바닥을 울리는 그 동작에 프랭키는 카를라를 돌아보았다.

  "오, 프랭키. 자네도 알겠지만, 난 단서 없이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네. 그래. 자네는 무얼 보고 어디로 향하는 건가? 내게 자네의 생각을 들려주기 전까지는 여기서 꼼짝도 하지 않겠어."

  장난스러운 카를라의 얼굴을 본 프랭키가 길게 탄식한다.

  "내겐 아직 이야기가 없다구, 카를라. 하지만 당신이 원한다니 굴러는 볼게."

  지나가던 선객이 훌쩍 덩치가 큰 두 사람을 맞닥뜨리고는 몸을 피했다. "저런! 우리가 방해되었군. 미안하네." 카를라가 껑충 뛰자 붙어 있던 프랭키도 같이 뛴다.

  카를라 아브샬롬. 기묘한 조합의 사람들이 모인 유람선 안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자. 프랭키는 카를라를 돈 많은 예술가의 온상으로 보고 있었고, 그런 자와 친해지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카를라의 땋은 머리카락이 흔들리는 걸 발견하면 프랭키는 먼저 어깨동무하며 다가갔다. 카를라는 이야기를 수집하는 자이고, 이야기로 빚어진 자다. 그 점에서도 카를라 아브샬롬은 제법 마음에 드는 타인이다.

  잠시 고민하던 프랭키가 카를라의 등을 툭 치고 문을 잡는다.

  "식당은 뭘 숨기기에 아주 좋은 장소야, 카를라. 다음에 올 요리를 기다리는 동안 웨이터와 승객 간에 은밀한 시선이 오가기도 하고, 주방에서도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자아. 이건 경험담인데 말이야. 식탁보 밑에도 많은 걸 숨길 수 있고 말이야. 지금은 당신 말대로 바람이 불어오고 있으니 그걸 들춰볼 때가 되었지. 그리고… 당신 친구가 지금 배가 좀 고프거든."

  갈 거지? 나긋한 물음이 이어지면 카를라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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