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ing Dorothy
2025. 5. 23.

 

영화와 현실은 구분해야죠.

 

 

 

영화나 소설과는 거리가 한참 떨어진 현실의 세계에 발붙이고 사는 사람. 더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재미없는 사람.

눈썹과 등을 덮는 더벅머리, 알이 큰 안경, 한 철 지난 패션. 머리카락과 눈동자는 흔하디흔한 갈색이며 안경테도 마찬가지다. 쌍꺼풀 없는 눈은 어딘가 졸려 보이고 낮은 콧대와 일자로 맞물린 입술이 지루한 인상을 보탠다. 상아색 피부에는 윤기가 없고 화장은 입술에 바르는 옅은 분홍색 립스틱이 전부다. 얼굴에서 눈에 띄는 거라면 왼쪽 볼과 입가, 콧대에 콕콕 박힌 점 정도일까. 사실 이마를 드러내고 다녔다면 남들의 배는 두툼한 눈썹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을 텐데 도로시는 눈썹을 한사코 가리고 다닌다.

작은 키. 살이 약간 붙었다. 청바지에 티셔츠, 카디건이나 재킷 등 ‘평범하다’고 평할 수 있을 법한 디자인의 옷만 골라 입는다.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은 종종 하나로 정직하게 땋아 내린다. 외양이 개성의 분출구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여기 이 사람은 정말 재미라곤 찾아보기 힘든 인물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를 이렇게 부른다… 따분한 도로시 Boring Dorothy.

 

 

 

도로시 데커 제닝스 / Dorothy Decker Jennings

29세 / 157cm / 57kg

쌔러데이 나잇 직원

 

 

 

너드 / 현실과 몽상 사이 / 아이러니 / 자의식 과잉

 

전형적인 너드(Nerd)의 표상. 자존감은 낮은데 자아가 비대하다. 자기가 잘 아는 분야라면 잘난 척을 마다하지 않는데, 때로는 몰라도 그런다. 감정의 고저가 커서 평소엔 조용하다가 흥분하면 주변을 못 본다. 합리와 이성의 추종자처럼 굴지만, 감정과 충동에 자주 휩쓸린다. 본인이 평가하는 자기 모습과 남들에게 비치는 모습 간의 간극이 큰 편. 사실 본인이 열망하는 모습과 고수하는 모습 사이에도 스틱스강이 흐르고 있다. 일례를 들어보자.

 

도로시는

1. 외모가 출중하거나 세련된 사람들을 동경한다.

2. 잘 노는 사람들이 쿨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도로시는 자긴 사람 외관을 보지 않으며 잘 노는 사람보다 일 잘하는 사람이 쿨하다고 말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은 자기와 너무 거리가 멀고… 남을 동경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고… 그러니까 남들에게 우스워 보일 것이 두렵다! 비웃음을 사느니 따분한 도로시로 남는 게 낫다. 도로시는 툭하면 아닌 척한다. 척, 척, 척! 도로시의 소중한 자존심을 지켜줄 것은 그것뿐이다. 이쯤 되면 눈치챘겠지만, 겉과 속이 영 따로 논다. 속도 따로 논다.

도로시 데커 제닝스는 아이러니의 집합체다. 도로시에게는 그런 자신을 숨기고 싶은 마음과 알리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그러나 남들이 제 복잡한 속내까지 어떻게 알아보고 이해해주겠는가? 늘 그렇듯 그런 자기를 알아주는 것은 자기 자신밖에 없다, 애석하게도…. (도로시는 이 고독을 조금쯤 즐긴다.)

 

 

 

Open: 10AM ~ 7PM / Closed: Saturday

 

 

#. 쌔러데이 나잇 (DAY)

 

알록달록한 외벽에 붉은 네온사인 간판과 영화 포스터들이 어지럽게 붙어 있는 비디오 대여점. 문을 열면 번쩍거리는 미러볼이 당신을 맞이한다. 웬만한 신상은 물론이고 인지도가 적은 인디 영화도 찾아볼 수 있다. 목청 큰 머피(사장), 쌔끈한 루미(알바), 따분한 도로시(직원)가 돌아가며 카운터를 본다.

도로시는 3년째 알바생이었는데 최근에 정직원이 되었다.

 

#. 쌔러데이 나잇 (NIGHT)

 

쌔러데이 나잇에는 영화 감상실이 있다. 은밀한 짓을 하기 좋다는 둥 연인은 방음에 신경 써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돌지만, 이곳은 실제로 토요일 밤마다 은밀한 장소로 둔갑한다. 비밀스러운 클럽 활동! 멤버는 조금씩 달라지지만, 경찰서에서 싫어할 만한 인사들이 모이는 건 확실하다. 그들은 영화를 틀고 담배를 입에 문다. 여기까지는 평범하지만, 이곳에서 그들은 특별한 내기를 즐긴다. 머피가 발가벗고 1시간을 버틸 수 있는지, 다음 주 안으로 캐롤라인이 죽을지…. 그들은 자리에 없는 인물도 도마 위에 올린다. 자극적이고 위험할수록 판돈이 높다. 물론 따분한 도로시는 직장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몰랐다. 어느 토요일 실수로 판도라의 상자를 열기 전까지. 그날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도로시였고, 다음날 도로시는 쌔러데이 나잇의 정직원이 되었다. 토요일 밤마다 출근할 것을 전제로.

토요일 밤의 사람들은 심심할 때마다 도로시를 시험한다. 그들의 클럽에 정식으로 초대해줬다기보다는 깍두기 멤버이자 심심풀이 땅콩 같은 존재로 여기고 있다. 그들이 시키는 일은 대개 모욕적이거나 불법이다. 아직은 일탈이라고 합리화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도로시는 언제 선을 넘을까 불안하다. 그렇다고 그만두는 것도 두렵다. 무서운 사람들이니까! 사실 도로시는 그 사람들을 잘 모른다. 그러니 언젠가 경찰서에 가게 되면 이렇게 답하리라 ― “전 아무것도 몰라요. 시켜서 했을 뿐이라고요.”

 

CAST

도로시 데커 제닝스

 

- 라 미아주 토박이. 베벌리 제닝스와 다니엘 데커의 딸. 부부가 동성인 관계로 혼인 신고는 못 했다. 도로시는 2세에 입양되었다. 생모는 한국인이었다는데 이젠 궁금하지 않다. 엄마가 셋이면 피곤하니까.

- 기억력이 아주 빌어먹게 좋다. 그리고 그걸 뽐내는 걸 즐긴다. “이 영화 세 번째 빌려보는 거잖아요? 네. 기억하죠. 여름에 마지막으로 들르셨고. 아, 제가 원래 기억력이 좋아요. 그때 손님이 좀 웃겨서 기억에 남았는데. 개 농담하셨잖아요. 6월 21일이었나?” 기억력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 알려주지 않은 남의 사정에도 밝을 때가 있다. 말로는 가십 같은 것엔 관심 없다고 하지만 혹시 모른다. 당신이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을지도… (『I Know What You Did Last Summer』(1973))

- 좋아하는 영화나 소설 얘기로 밤을 지새울 수 있다. 이건 비밀인데 원래는 영화감독이 꿈이었단다. 꿈을 위해 뭘 했냐면… 글쎄. 뛰어들 용기는 없어 그나마 영화와 가까운 직업을 가지겠다고 찾은 게 현 직장이었다.

- 일 년에 세 번꼴로 새로운 패션에 도전하는 날이 있는데, 그럴 땐 백이면 백 패션 테러리스트의 반열에 오른다.

- 두 달 전 정직원이 된 뒤로 지갑 씀씀이가 약간 늘어났다. 머피가 봉급을 많이 올려주진 않았을 텐데?

- 토요일 밤마다 영화 감상 동호회에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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