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셰르민
“도둑잡기라는 놀이 알아?”
“들어봤습니다! 카드로 하는 것이지요? … 그 놀이로 도박을 한다는 분들을 종종 뵈었는데 혹시 형제님도,”
“맞아. 아니. 집중해. 그건 마지막으로 광대를 들고 있는 사람이 지는 놀이거든.”
“예. 우선 경청하겠습니다.”
“좋아. 그래서 이기려면 다른 사람에게 내 손에 있는 광대를 넘겨야 해.”
“안 좋은 걸 다른 분에게 넘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거군요?”
“응. 표정 관리가 중요해. 광대 아닌 척, 좋은 것인 척.”
“누구도 광대를 가져가기는 싫겠지요…. 생각보다 어려운 놀이 같습니다만.”
그래서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렇게 묻는 것처럼 셰르민이 의아한 표정으로 키사를 바라보았다. “고개 숙여.” 키사가 말했다. 나무 위에 앉아 있던 까마귀가 인기척을 느낀 것처럼 몸을 곧추세우고 있었다. 키사와 셰르민은 덤불 뒤에 쪼그려 앉은 등을 더 굽혔다. 누가 봐도 은밀하게 일을 꾸미는 사람들의 뒷모습이었다. 키사는 대답을 미루고 허리 벨트에서 새까만 약 하나를 꺼냈다.
“이게 오늘의 광대야.”
“제게 주실 생각입니까?”
“내가 부탁한 건?”
“여기 있습니다.”
셰르민이 아직 밝히지 않은 등불을 내민다.
“응. 이번엔 성공이야.”
아직 갈 길이 남았지만, 셰르민의 등불을 보고 키사가 엄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셰르민은 아직 영문을 모르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서부갈까마귀에게 머리털과 묘약과 목걸이를 빼앗긴 두 사람은 오늘 복수를 하기 위해 여기 숨어 있었다. 셰르민은 ‘물건을 되찾고 싶을 뿐입니다.’라고 반론할지도 모르지만. 까마귀들의 둥지는 다른 날에 찾아두었다. 그날 수중에 남은 묘약도 없이 까마귀들에게 들킨 키사는 다시 머리털을 뜯겨야 했고, 두 사람은 날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후퇴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키사는 의아해하는 셰르민에게 마저 설명을 이었다.
1. 등불 안에 보석과 묘약을 함께 넣어두고, 녀석들에게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둔다.
2. 녀석들의 부리가 등불 안을 노린다.
3. 꿈나라 묘약이 터지면서 괘씸한 서부갈까마귀들이 잠든다.
“좋은 꿈을 꾸게 해주는 약입니까?”
“아니, 악몽이지.” 단지 수면 효과만 있을 뿐이다.
3. 깜빡했네. 그동안 키사와 셰르민은 묘약 냄새를 맡지 않도록 주의한다.
셰르민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소매로 코를 가렸다. “넌 손이 부족할 테니까 이걸 두르고.” 키사가 폭이 넓은 천을 내밀었다.
4. 잠든 도둑들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간다!
“저는 목걸이만 되찾으면 될 것 같습니다만.”
“아무튼. 둥지는 내가 다녀오고. 광대는 형제에게 줄게.”
키사는 묘약과 보석을 잘 묶어 넣은 등불을 셰르민에게 건넸다. 커다란 스태프와 등불을 양손에 들면 눈에 잘 띄긴 할 테다. ‘등불보다 먼저 머리털이 뜯길지도 모르지….’ 셰르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생각은 키사의 목구멍 너머로 쑥 사라졌다. 이제 최적의 순간을 기다려야 한다. 준비가 모두 끝나고 나자 키사가 셰르민에게 선포하듯이 말했다.
“목걸이 말고 다른 건 내 거야.”
그리고 일이 잘 끝나면 식사도 뜯어내야지. 둥지를 터는 거니까 이왕이면 보석도 있으면 좋을 것 같고…. 도둑과 다를 바 없는 생각을 계속하며 키사는 셰르민과 함께 까마귀들이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릴 때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