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윈. 프랑스어로 1,2,3… 기억해요? 앙, 드, 뜨와. 맞지? 엉, 두, 뚜와. …비슷해요. 엉, 뚜와, 안. 앙뚜안. 내 비행기 이름. 그 사람도 나는 걸 좋아했어? 음… 잘 모르겠네요. 비행기를 싫어하긴 했는데. 그럼… 왜 비행기에 그 이름을 붙였어? 싫어하는데도? 그야… 내가 그러고 싶었으니까요. 죽었는데 자기가 어쩌겠어요? 그건 그래. 라윈이 씩 웃으며 돌아본다. 웃는 얼굴이 멀어진다. 이네스 다비드는 거대한 구름과 폭풍우 속에서 조종간을 꽉 붙든다. 바람이 비행기를 농락한다. 빙글빙글 빙글빙글. 끝나지 않은 춤을 추듯 모든 비행기들이 바람을 타고, 혹은 타지 못하고 상공을 맴돈다. 어느 곳으로도 벗어나지 못한 채로 우는 소리를 내고 있다 보면 문득, 울음을 죄 먹어버리는 뇌성이 고막에 내리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