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삶엔 대가가 있기 마련이더군요. …당신도 그렇지 않나요." 당근을 썰면서 아지지가 묻자 비나가 고개를 들어 아지지를 바라본다. 정말 알아도 괜찮냐고 묻는 듯한 눈이다. 그는 냄비의 불을 조절하면서 말한다. "알고 싶어?" 1. 아지지는 옆구리를 붙잡고 언더를 향해 사정없이 총을 쐈다. 몸이 아팠다. 땀으로 옷이 젖었고 옆구리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손을 빨갛게 물들였다. 기척을 숨기려고 애써봤지만, 고통에 갇힌 몸을 선명하게 인지하면서 동시에 희미하게 만드는 건 불가능했다. 죽기 전에 느꼈던 공포가 서서히 몸과 영혼을 잠식했다. 차라리 언더에게 한 번 더 공격당한다면 빠르게 죽을 수 있겠지, 죽는 건 순식간이야, 적이 많으니까 그냥 힘을 빼면 돼, 가만히, 몸을 맡기면 돼……. 방주에서 눈 뜨기 전 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