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막이 내리 누르는 듯한 발소리가 복도에 울린다. 둔탁하고, 힘 있는 소리. 그 뒤로는 소리를 죽인 발소리가 또 하나. 소매를 당기며 표순은 앞선 자를 바삐 쫓았다. 옷자락이 걸음걸이에 맞춰 펄럭이고 내려앉고, 빳빳하게 다린 장옷과 정령의 갈기 같은 머리카락이 길었다. 어느 모로 보나 높은 곳에 위치한 자. 백요의 서기관. 화가 난 것이 분명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표순이라면 모를 수가 없다. 이 자, 자신의 상관이자 백요의 서기관인 울회현의 손짓 하나, 걸음 한번, 눈썹과 입꼬리의 묘한 다름을 짚어내는 것이 자신의 일이었으므로. 어깨가 살짝 돌아선다. 표순은 귀를 기울인다. “표순아.” “예.” “귀가해야겠다.” “예. 준비하겠습니다.” 표순은 고개를 숙이고 뒤로 물러난다. 울회현의 얼굴에 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