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까마귀가 있다. ‘서부 갈까마귀’라고 불리는 이 까마귀는 까만 날개를 지니고 있다. 옷을 입은 것처럼 목덜미의 털은 잿빛이다. 서부 갈까마귀들은 흑빛과 잿빛으로 몸을 둘둘 두른 칙칙한 녀석들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여기 이놈의 꽁지는 이상하게 파랗다. 훔친 것이다. 훔치는 데 타고난 재능을 보이는 이 까마귀는 남의 파란 깃털로 제 꽁지를 치장하고, 새로운 목표물을 찾고 있다.저기 목표물이 있다. 목표물은 울고 있다. 영특한 까마귀는 이유를 바로 찾아냈다. 버섯 때문이다. 이상하게 저 목표물처럼 생긴 생물들은 저 요란하게 생긴 버섯만 보면 그렇게 울어 재낀다. 궁금해서 먹어보려고 한 적도 있지만, 버섯은 뜯어 먹기가 아주 어려웠다. 어찌나 질긴지. 지금의 까마귀에게는 잘된 일이다. 목표물은 엉엉 울..